2010년 2월 19일 금요일

<제4의 불>

 

제4의 불

 

<제4의 불>을 완독하였다. 설 연휴로 예정보다 늦었지만, 유익했던 책이다. 웹의 발전에 따른 비즈니스 패턴들의 다양한 변화들을 간결하게 정리해주었다. 유명한 블로거의 첫 책으로 베스트셀러의 반열에도 오른 걸 보니, 블룩(Blog+Book)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충분하다고 본다. 휴먼에너지가 인류사의 또다른 신기원을 만들어갈 것이라는 저자의 예리한 분석과 실제 여러 분야에서의 사례와 전망들은 웹에 대한 관심자들의 호기심을 채우는데 부족함이 없는 것 같았다.

 

인류 문명의 판도를 뒤흔들 ‘제4의 불’이 온다
- 미래의 위너가 될 것인가, 루저가 될 것인가

“기술과 정보의 힘은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세상을 새롭게 재편할 것이다.”
- 프레드 윌슨의 ‘Bits of destruction' 중에서

‘불’의 발견은 직립보행, 언어의 사용, 도구의 사용과 함께 인류의 문명을 발달시킨 결정적 요인 중 하나였다. 신에게서 불을 훔쳐 인간에게 주었다는 ‘프로메테우스의 불’이 인류 최초의 불이라면, 인간이 발명하고 개발한 전기와 원자력은 제2, 제3의 불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미래의 변화를 주도할 ‘제4의 불’이 타오르기 시작한, 격변의 시대와 마주하고 있다.

오픈소스, 롱테일, 증강현실, 트위터, 페이스북, 크라우드소싱…… 이들 용어가 생소하다거나 혹은 IT 분야에 국한된 용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미래형 인류라 부르기 어려울 것 같다. 근래 들어 변화의 속도는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가속도가 붙어 진행된다. 기존의 패러다임은 무서운 속도로 붕괴되면서 대량생산 체제는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대마불사식의 크기를 중시하던 가치관은 분산의 가치관으로 마치 허물을 벗듯 거대한 변화를 동반한다. 그와 동시에 신기술의 개발과 세계시장의 급격한 변화는 끊임없이 연신 충격을 가해온다. 내부로부터의 붕괴와 외부로부터의 충격 속에서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세상은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물결에서 우리는 어떻게 미래사회를 대비해야 하는가? 또한 단순히 기존의 가치를 무너뜨리는 파괴에 그치는 것이 아닌, ‘창조적 파괴’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이 필요한가?


《제4의 불》은 이미 시작된 지각변동의 양태를 뛰어난 안목과 실시간 데이터를 통해 부지런히 전함으로써 일찌감치 파워블로거로 유명세를 탄 정지훈의 블로그 ‘하이컨셉&하이터치’를 기반으로 기획되었다. 각 분야의 세계 최신 트렌드를 게재하는 것은 물론, 블로그와 트위터,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소셜 웹 환경의 격동적인 변화를 빠르게 수집해 국내 기업과 3000여 명의 팔로어에게 전파하고 있는 저자의 방대한 자료에서 미래시대의 핵심 키워드를 읽어내고, 그 키워드를 대입해 경제?경영, 미디어?저널리즘, 마케팅, 의료, 과학과 교육 등 각 분야의 동향과 문제점을 짚어보며 미래를 조망해본다. 저자가 주시하고 있는 키워드들은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길을 잃지 않도록 미래의 나침반이 되어줄 중요한 지점이다.
‘하이컨셉&하이터치’는 열혈 구독자들의 절대적인 지지에 힘입어 ‘티스토리 2009 우수 블로그’와 ‘PC사랑 2009 베스트블로그 100’에 선정된 바 있다.

■ 휴먼에너지, 인류의 미래를 걸다!

그렇다면 ‘제4의 불’이란 무엇인가?
혹자는 원자핵 융합에 의한 융합 에너지를 지칭하기도 하지만, 저자는 우리 인간의 ‘휴먼에너지’야 말로 미래를 지필 제4의 불이라고 강조한다.

인터넷이 과거 데이터 중심의 네트워크에서 인간 중심의 네트워크로 진화하면서 우리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내재적인 에너지와 가치를 최대한 끌어내 폭발적인 움직임과 사회적 현상, 사회적 기억을 만들어내고 있는 예를 많이 관찰할 수 있다.(……) 소셜 웹 인프라는 ‘제4의 불’인 휴먼에너지가 활활 타오를 수 있는 장작과 불꽃을 끊임없이 공급하면서 사회 전반의 변화를 끌어내고 있다. 이로 인해 대량생산과 대중문화를 특징으로 하는 산업사회에서 개인의 역량이 중시되고 다원화와 소집단화를 특징으로 하는 새로운 미래사회로 변화가 촉진되고 있다. (본문 12쪽)

“그렇다면 과거에는 휴먼에너지가 없었단 말인가?” 하고 의문을 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거의 휴먼에너지가 대량생산 체제 아래에서 기계적인 노동력으로만 취급되면서 기계/기술과 불협화음을 냈다면, 제4의 불인 ‘휴먼에너지’는 하이테크 기술 및 정보가 인간의 감성과 만날 때 창출되는 집단 지능의 에너지를 의미한다. 미래는 하이컨셉과 하이터치의 세계로 나아가고, 하이테크와 인간의 감성이 합쳐질 때에야 비로소 사회를 바꾸는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하이테크와 감성이 만나 휴먼에너지가 극명하게 발생했던 사건으로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예를 꼽는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자연재해 중 하나로 꼽히는 카트리나는 2500여 명에 달하는 인명 피해를 냈고, 가장 극심한 피해를 입은 뉴올리언스 주는 옷과 돈, 물, 식량 등 아무것도 없는 수십만 재해민들이 고립되어 구호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연방 정부 역시 허둥지둥할 뿐 제대로 된 구호 활동조차 못하는 무기력함을 드러내자 전국의 자원봉사자들이 나섰다. 그들은 연방 정부조차 힘겨워했던 재난 통제의 관제탑 역할을 하면서 중앙제어식의 생존자 정보 저장소인 카트리나리스트(Katrinalist.net)를 구축한다. 그리고 곧이어 여러 포털사이트에 중구난방으로 퍼져 있어 실종자 찾기에 어려움을 겪던 시스템의 난점을 개선한 피플파인더 프로젝트를 가동, 미국 각지에 있는 가족과 친지가 바로 실종자를 찾을 수 있도록 했다. 이 모든 것을 만들어내는 데에는 겨우 2~3일의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정부 단독으로 했다면 그 어떤 나라도 족히 몇 년은 걸렸을 일이다. 소셜 웹과 실시간 웹, 전문 프로그래머의 하이테크 기술과 자원봉사자들의 따뜻한 인정이 뭉쳐져 이루어낸 성과다. 비단 외국의 예뿐만 아니라 2008년 우리나라에서도 거대한 흐름을 이루었던 미국산 소고기 수입 금지 촛불문화제 역시 실시간 방송과 휴대폰, 아고라의 활용 등 웹을 통해 휴먼에너지가 발휘된 사례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휴먼에너지가 어떻게 우리의 미래사회를 변화시킬 것인지를 각 분야에 걸쳐 두루 조망한다. 저자의 꼼꼼한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지금 우리 앞에 실시간 웹과 소셜 웹을 통해 슈퍼컴퓨터도 이루지 못했던 집단 지능이 부상하는 시대, 사람이 곧 플랫폼이 되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또한 미래사회로 가는 도도한 변화의 흐름을 주도할 제4의 불은 이미 시작되었음을 자각하게 될 것이다.

■ 웹 2.0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사람이 곧 플랫폼이다!

결국 이런 커다란 변화에 있어 다시 한 번 중요하게 강조되어야 하는 것은, ‘사람’이 바로 플랫폼 그 자체라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이런 일을 하게 만들고, 정말 멋진 일들이 사람들 사이에서 흘러 다니고, 사람들의 능력이 흘러 다니는 것에 생명력을 더욱 강화하고 멋지게 만들어내는 것. 이것이 바로 과거 수십 년간 인공지능을 만들려고 했던 수많은 컴퓨터 과학자들이 해낼 수 없었던, 인간의 집단 지능의 힘이다. (본문 41~42쪽)

아직도 회사 성과의 80%는 20%의 우수한 인재가 벌어들인다고 믿고 있는지? 회사는 여전히 기밀주의를 엄수해야 하는지? 하지만 파레토의 80 : 20 법칙이나 기밀주의 방식은 외부와의 소통을 막고 휴먼에너지를 활용할 수 없게 만든다. 웹 2.0시대는 휴먼에너지를 기반으로 한다. 이미 아마존의 롱테일 현상(베스트셀러 10위에 포함된 도서가 판매율이 낮은 10위권 밖의 도서보다 더 많은 수익률을 낸다는 기존의 이론을 뒤엎은 현상으로, 아마존은 판매 순위 13만 종 이하의 책으로 전체 매출의 절반을 올린다는 기사에서 비롯된 현상)과 금광회사 골드코프(금광에 관한 회사의 모든 기밀을 웹으로 공개함으로써 더 많은 금광을 발견하여 기사회생한 회사)의 사례는 기존의 관념과 방식이 더 이상 유일한 해답이 될 수 없음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저자는 실시간 웹과 소셜 웹을 활용해 프로젝트를 진행된 국내의 ‘대한민국 떡볶이 시장조사 및 지도 작성 프로젝트’와 ‘떼창 프로젝트 1탄-거위의 꿈’의 사례를 들면서 기업이나 개인이 독자적으로 진행했을 때보다 무수한 사람들의 참여와 공유가 결합되었을 때 더 큰 효과를 창출한다고 설명한다. 그것은 결국 이익의 창출은 물론, 기업 문화와 사회 가치까지 변화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 미래를 맞이하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자세!

페이스북은 2009년 9월을 기점으로 사용자 수가 2억 5000만 명을 돌파했고, 트위터는 2009년 말 5000만 명에 이른 것으로 추정한다. 또한 미국 최대의 소매 가전 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에서는 2009년 구인구직의 기본요건으로 최소 250명 이상의 팔로어를 두어야 한다는 점을 내세웠다. 점점 더 많은 기업과 기관이 기업 문화에 적합한 사람을 찾는 방편의 하나로 소셜 비즈니스와 소셜 네트워크를 운용하고 그 안에서 관계를 맺는 사람들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미래의 회사가 필요로 하는 미래형 인재의 조건은 무엇일까? 저자는 미래형 인재의 조건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나고 창의적이며 유연한 사고를 하는 사람, 변화하는 환경에 역동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여기에 많은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감각적인 직관이나 예술, 작지만 전문가적인 식견을 탁월한 비즈니스로 승화시킬 수 있는 다양하면서도 타인과 차별화될 수 있는 재능을 갖춘 사람일 것이다.(본문 20쪽)

인터넷과 웹이라는 단어를 풀어보면 그물(net)과 거미줄(web)을 의미한다. 웹 2.0시대에는 그만큼 상호작용과 관계가 중요하다. 인간을 기반으로 한 기술과 정보의 그물망이 엮이고 휴먼에너지가 발생할 때 비로소 메마르고 삭막한 파괴가 아닌 창조적 파괴가 이루어질 수 있다. 제4의 불은 먼 훗날의 일이 아니다. 이미 곳곳에서 불은 지펴졌다. 문제는 이 불을 지속적으로 지필 수 있는 연료를 공급해야 한다는 것, 그 연료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안정적으로 마련해야 하는가를 누가 얼마큼 치열하게 고민하는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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